2015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하반기 접수확인서 도착

2015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하반기 접수확인서 도착

 지난주 금요일부터 몇몇 접수확인서를 받았다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고 어찌나 초조하고 불안했던지 이번 주말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간이 정말 안간다는 걸 느낀 것 같다.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가기 전날 밤에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전날 밤에도, 내가 원하던 첫 회사의 출근 전날 밤에도, 아일랜드로 떠나는 전날 밤에도 이렇게 시간이 천천히 흐르진 않았다. 정말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다른 것에는 집중도 안되고 월요일이 오길 기다리는 것 밖엔 다른 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하루종일 멍때리며 누워있었다. 차라리 이번에 깔끔하게 떨어지고 경력을 최소 1년을 쌓은 다음 아일랜드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내내 했었는데 시험이 됐던 자격증이 됐던 비자가 됐던간에 떨어진다는 경험이 유쾌한 경험은 아닌지라 그래도 속으로는 내심 그렇지 않았나보다. 이번 주말 동안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접수증을 받는 꿈까지 꿨다. 하하하.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6시도 안되서 속이 쓰려서 잠에서 깼는데 내 성질만큼 강인하지 못해서 방바닥에서 빌빌대는 내 꼴을 보고 엄마가 마음 좀 곱게 쓰라며 발로 밀고 갔다... 흑흑.

 그렇게 모두들 나가고 혼자있는데 아침 9시도 안되서 카톡이 왔다. 이 시간에 카톡을 보낼 사람이 없는데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우체국에서 온 알림카톡이었다. 와우.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이런 것도 보내주고. 그나저나 내 카톡 아이디는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할 따름. 물론 우체국에 회원가입을 하긴 했지만 문자 알림 서비스를 받을 줄 알았지 이렇게 카톡까지 보내줄 줄이야. 하긴 카톡이나 문자나 별반 차이 없으려나?

 읭? 근데 한국산업인력공단이네? 아일랜드 대사관이 아니네? 하하하하. 오늘 오는 등기는 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 자격증이겠구나 하는 실망감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몇 번 헛구역질을 좀 하다가 배송담당 직원분의 연락처와 성함이 있길래 문자를 넣어봤다. 혹시 아일랜드 대사관에서 오는 다른 등기도 있냐고. 답장이 오기까지 불과 몇 분. 진짜 피가 마른다는 얘기가 딱 맞았다.

'네 둘 다 있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그 문자를 받고 나서 얼마나 심장이 쫄깃해지던지. 어젯 밤에도 헛된 기대는 하지 말자 어차피 이번에 떨어져도 나에겐 손해가 아니다 라는 자기 최면을 걸며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그 순간 얼마나 설레고 떨리던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혹시 아일랜드 대사관에서 온 등기가 무거운지 가벼운지 알 수 있을까요?'

'팅-'

 문자 수신음이 울리고 확인하기까지 불과 수 초. 호흡을 가다듬고 진정한 다음 문자를 확인했다.

'대 봉투 가벼워요'

 진짜 심장이 철렁했다. 그래 최소한 반송은 아니구나. 접수증이던 대기증이던 간에 붙긴 붙었구나. 컴퓨터그래픽스 자격증 합격소식보다 더 기쁘고 설레는 내 인생의 몇 안되는 순간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이구야 반갑다 봉투야! 가벼워보이는 것이 접수 확인서가 들어있긴하구나. 며칠 전에 어떤 블로그의 반송 자랑 글에 가서 나도 후에 반송 자랑글을 쓸 것 같다고 댓글을 달았는데 죄송합니다. 저는 접수 확인서 수령 자랑 글을 적고 있네요. 그분께 심심치 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발 대기번호는 아니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건만 이럴수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접수번호 400번대다. 애매하다 애매해... 상반기의 경우에도 250명을 뽑았으니 하반기의 경우에는 251부터 접수번호가 매겨졌을 것이다. 전체 500번 중 400번대. 뭔가 애매~한 번호다. 서류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이상 붙을 거라고 예상은 하지만 번호대가 애매해서 대사관의 발표날까지 기다려야 확실하게 알 것 같다. 그래도 이것으로 일단 1차 관문 통과. 보통 2차 최종합격 발표는 약 2주 후. 일단 남친이 이번에 한국올 때 깜짝 놀랄만한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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